'범죄도시2·카지노' 실존 인물 마약왕 박왕열, 9년 만에 국내 강제 송환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후 옥중 마약 300억 유통... 대통령 직접 요청으로 '임시인도'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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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카지노' 실존 마약왕 박왕열, 9년 만에 압송... 옥중 '황제 수감'의 최후
영화 '범죄도시2'의 잔혹한 범죄 실화와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카지노'의 모티브가 된 이른바 '동남아 3대 마약왕' 박왕열(48)이 범행 9년 만에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다. 사탕수수밭 살인부터 두 차례의 탈옥, 그리고 교도소 수감 중에도 텔레그램을 통해 수백억 원대 마약을 국내로 유통하며 공권력을 조롱해 온 희대의 범죄 행각이 드디어 국내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법무부·경찰청·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25일 새벽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박왕열의 신병을 임시 인도받아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수산업자에서 희대의 살인마로... 잔혹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최근 10년간 박왕열이 걸어온 궤적은 '악의 연대기' 그 자체다. 본래 그는 필리핀에서 생참치를 공수해 국내 백화점에 납품하고 '참치 해체쇼'를 열며 언론 인터뷰까지 하던 평범한 수산물 수입 유통 회사 대표였다. 그러나 2011년 1조 960억 원 규모의 다단계 사기 사건인 'IDS홀딩스' 사태에서 모집책으로 활동하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필리핀으로 도주하며 범죄자의 길로 빠져들었다.
필리핀에서 사설 카지노(정킷방)와 불법 도박 사업을 벌이던 그는 2016년 8월, 한국에서 150억 원대 유사수신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해 온 한국인 3명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며 접근했다. 박왕열은 이들에게 카지노 사업 투자를 제의해 3,000만 페소(약 7억 2,000만 원)를 챙겼으나, 수익금 배분 문제로 잦은 갈등을 빚었다.
결국 박왕열은 2016년 10월, 공범 김 모 씨와 함께 피해자들을 권총으로 위협해 포장용 테이프로 결박한 뒤 필리핀 팜팡가주의 한 사탕수수밭으로 끌고 가 머리에 총을 쏴 잔혹하게 살해했다. 범행 직후 그는 카지노 투자금 7억 2,000만 원과 금고에 있던 현금까지 빼돌려 달아났다.
두 차례 탈옥과 '황제 수감'... 옥중에서 구축한 300억 대 마약 왕국
시신이 발견되고 범행 37일 만에 합동검거팀에 붙잡힌 박왕열은 필리핀 현지 이민국 보호소(2017년 3월)와 교도소 이송 과정(2019년 10월)에서 무려 두 차례나 탈옥을 감행했다. 두 번째 탈옥 당시에는 1년간 도주 생활을 이어가다 2020년 10월에 다시 검거되어, 2022년 징역 60년(단기 52년)이라는 사실상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교도소의 담장도 그의 범죄를 막지 못했다. 돈만 있으면 휴대전화와 특혜를 누릴 수 있는 필리핀 '뉴 빌리비드 교도소'에 수감된 박왕열은 텔레그램 닉네임 '전세계'로 활동하며 동남아산 마약류(엑스터시, 케타민, 합성 대마 등)를 한 달에만 60kg, 약 300억 원 규모로 한국에 밀반입했다.
그가 공급한 마약은 국내 최대 마약 유통 조직인 '바티칸 킹덤'으로 흘러 들어갔으며,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의 지인이 투약한 마약 역시 박왕열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마약을 팔았다는 증거가 있느냐", "내가 입을 열면 옷 벗을 검사들이 많다"며 한국의 사법 시스템을 노골적으로 조롱하기도 했다.
李 대통령의 직접 인도 요청으로 '물꼬'... 공항에 드러낸 오만한 민낯
박왕열이 현지에서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라 애를 먹던 송환 절차는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결단으로 급물살을 탔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필리핀 국빈 방문 당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박 씨의 임시 인도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러한 범정부적 노력 끝에 박왕열은 25일 오전 2시 35분 아시아나 OZ708편으로 클라크필드를 출발해 오전 6시 41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양손에 수갑을 차고 남색 야구모자와 회색 가디건을 입은 그는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고개를 빳빳이 들고 불쾌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등 반성의 기미 없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두 번째 '임시인도' 사례... 죗값 치를 사법 처리 절차는?
필리핀에서 수감 중인 범죄자를 '임시인도' 방식으로 데려온 것은 2015년 '안양 환전소 살인사건'의 주범 김성곤(영화 범죄도시2의 또 다른 모티브)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임시인도는 청구국의 형사 절차 진행을 위해 인도국이 자국의 형 집행을 잠시 중단하고 범죄자를 넘겨주는 제도다.
공항에 도착한 지 3분 만에 호송차에 탑승한 박왕열은 곧바로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로 압송됐다. 수사 당국은 박왕열이 연루된 3개 경찰관서의 마약 수사를 일체 병합해 수감 중 벌인 마약 유통 경로와 공범 체계 등을 고강도로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원칙적으로는 국내에서 형이 확정되면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를 채워야 하지만, 법무부는 과거 김성곤의 사례처럼 추가 도주 우려를 막기 위해 국내에서 무기징역 등의 형을 집행할 수 있도록 '최종 인도'를 추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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